김동리 <밀다원시대>中 밀다원시대 (密茶苑時代) 부산진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차는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몸을 뒤로 뻗대었다. 초량역에서 본역까지는 거의 한 걸음 한 걸음 재듯 늑장을 부렸다. 이중구는 팔목시계를 보았다. 여섯시 이십분. 어저께 세시 십오분 전에 탔으니까 꼭 스물일곱 시간하고 삼십오.. 운문과 산문 2013.04.16
백무산<그 모든 가장자리> 그 모든 가장자리 / 백무산 우리 사는 곳에 태풍이 몰아치고 해일이 뒤집고 불덩이 화산이 솟고 사막과 빙하가 있어 나는 고맙다 나는 종종 이런 것들이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끔찍할까 지구는 얼마나 형편없는 별일까 생각한다네 내가 사는 곳이 별이란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게 지구의 .. 운문과 산문 2013.04.01
류시화 <첫사랑> 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이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을 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 운문과 산문 2013.03.19
유홍준, 「오므린 것들」 유홍준, 「오므린 것들」 자연의 침묵은 인간에게로 몰려온다. 인간의 정신은 그러한 침묵의 드넓은 평원 위에 걸린 하늘과도 같다.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중에서 배추밭에는 배추가 배춧잎을 오므리고 있다 산비알에는 나뭇잎이 나뭇잎을 오므리고 있다 웅덩이에는 오리.. 운문과 산문 201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