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용 <잉어> 잉어 김 신 용 저 물의 만년필, 오늘, 무슨 글을 쓴 것 같은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몸속의 푸른 피로 무슨 글자를 쓴 것 같은데 읽을 수가 없다 지느러미를 흔들면 물에 푸른 글씨가 쓰이는, 만년필 저 글은, 잉어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읽을 수 없는 것이겠지만 잉어처럼 물속에 살지 않.. 운문과 산문 2013.08.19
정일근 <1초가 길 때> 外 2편 1초가 길 때 사랑이 위대한 것은 번쩍,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나를 찌르기 때문이다 서정시가 위대한 건 시 한 편을 읽는 그 짧은 순간 사람의 영혼, 자연의 색깔로 달궈지기 때문이다 나를 찔러 쓰러뜨리지 못하는 사랑은 나를 달구지 못하는 서정시는 그건 실패한 암살범과 같다 사랑.. 운문과 산문 2013.08.11
정일근<짜라투스트라를 기다리며> 외 2편 짜라투스트라를 기다리며 / 정일근 김씨의 하관은 정오에 있을 것이다. 붉은 흙더미 사이에 광중이 파여 있다. 반듯한 직사각형 저 죽음의 깊이까지 뜨거운 햇살이 들끓는다. 코끝이 빨간 풍수의 음양오행은 아침부터 대책 없이 취해 있다. 상복을 걸친 생면부지의 여자가 걸어놓은 솥에 .. 운문과 산문 2013.07.31
전동균<거룩한 허기> 외 1편 그림, 박항률 거룩한 허기 피네스테레, 세상의 끝에 닿은 순례자들은바닷가 외진 절벽에 서서 그들이 신고 온 신발을 불태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청둥오리 떼 날아가는 미촌 못 방죽에서 매캐한 연기에 눈을 붉히며 내가 쓴 시를 불태운다 *피네스파레(Finesterre) : 포루투갈의 지명... 운문과 산문 201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