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잔인한 4월, 꿈꾸는 4월 우울한 봄. 숨이 막힌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 속에 슬픔과 탄식들이 떠돈다. 반 토막 난 선체에 갇혀 바닷속에서 죽어간 생떼 같은 젊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절망의 아수라장… 숨이 막혔을 것이다… 조금씩 희박해져 가는 공기… 태평양 한가운데도 아니고 자국 영해의 연안 바다에서 함선이 침몰했는데 구조받지 못하고 수장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리라. 두려웠을 것이다… 몇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 구조의 시간들은 왜, 어디서, 실종된 걸까. 누가 무엇을 알고 있으며 누가 무엇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는가. 의혹만 키우는 당국의 정보 통제와 기이한 억압의 느낌. 뉴스를 보다가 자꾸만 목이 멘다.
뭔가, 이런 시절은. 한반도 생명의 젖줄인 강들이 국민의 합의 없이 ‘속도전’으로 파헤쳐지며 똑같은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다. 굴지의 재벌그룹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을 얻어도 산재 처리되지 못한 채 죽어간, 꽃 같은 23세 젊음도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았을 뿐 버젓이 저질러지는 이 모든 백주의 살해 현장들, 후일 우리는 이 시절을 뭐라고 말하게 될까. 2000년대의 탈을 쓴 1900년대였다고 기억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경향신문>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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