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허리를 칭칭 감은 줄기가

미송 2009. 1. 16. 01:04

 

    허리를 칭칭 감은 줄기가 / 오정자 

     

    불통의 암벽을 그들은 강한 바위라고 불렀다

    '우리 부부는 맨날 잉꼬처럼 살아, 아암 내가 누군데'

    앵무새처럼 재잘대는 그의 긍정에 긍정

    강한 부정처럼 느껴져

    정의만 부르짖는 그가 정말 행복할까

    의심하던 어느 날 나는 보았다

     

    아내와 버스를 타고 가다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혼자 살아남은 또 한 사내의 고독을

    십 년간 폐인처럼 산 한 남자 곁에

    행복한 그 남자 빈 컵 같은 결혼 주례문 그러나

    행복한 사람 넘치는 세상

    그 사내에게 술 한 잔 따르는 이 없더라

     

    '그래요 꾸준히 기뻐하세요'

    그 옆을 무심히 지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다

    누가?

     

    아직은 무사하다고 말하는  

     

    200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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