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그 여자
트리피스 누런 잎 한 장 떼어내며
죽음을 확인한다
죽음을 맞게 한 건 내가 아닌데,
물렁한 줄기를 눌러본다
두 달 전 선물로 들어올 때부터
한 쪽 끝이 많이 찢어졌었다고
그이는 죽음의 이유를 말했고
떼어낸 이파리에는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았다
네가 죽었다고 말하면 죽은 게지,
한 입 통 속으로 이파리가 사라진다
잎 떼어낸 자리에 홀연 콩나물 대가리들 올라온다
잎 다른 초록 광채들 여백이 숭숭하고
갈증이 활달하다
2007년 초겨울 그녀 도도하고 말라깽이 같은 어깨를 치세우고 우리 카페에 들어설 때부터 알아봤어 목소리 건조하고- 4년 전 자기를 배반했던 남자와 우연히 만나 대판 싸우고 온 사람처럼- 매섭고 차가운 눈빛 남은 건 뾰족한 입 하나 지들 호랑이 굴로 들어간 격이라고 속닥댔지만 가만 보니 가는 곳 마다 뾰족한 고 입으로 여우나 호랑이 무찌르고도 남았을 게 뻔, 살쾡이처럼 잔잔한 땅 후벼댔을 게 뻔, 병든 입 입이 무서워 그, 입......
허슬허슬한 여지 끝내 허용치 못하던
애물단지 잎 하날 잘라냈다
겨울 몸싸움을 그쳤다
2009. 3. 23 오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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