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마종기<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미송 2012. 2. 1. 15:26

    내 삶에 한 조각 주석을 달며

     

    맑은 날 밤에 고요히 앉아 등불을 밝히고 차를 달이면

    온 세상은 죽은 듯 고요하고 이따금 멀리서 종소리 들려온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정경 속에서 책을 펴들고 피로를 잊는다.

    비바람이 길을 막으면 문을 닫고 방을 깨끗이 청소한다.

    사람의 출입은 끊어지고 서책은 앞에 가득히 쌓여있다.

    아무 책이나 내키는 대로 뽑아든다.

    시냇물 소리 졸졸 들려오고 처마 밑 고드름에 벼루를 씻는다.

    이처럼 그윽한 고요가 둘째 즐거움이다.

    낙엽이 진 숲에 한 해는 저물고 싸락눈이 내리거나

    눈이 깊이 쌓였다.

    마른 나뭇가지를 바람이 흔들며 지나가면 겨울새는

    들녘에서 우짖는다.

    방안에 난로를 끼고 앉아있으면 향기 또한 그윽하다.

    이럴 때 시집을 펼쳐들면 정다운 친구를 대하는 것 같다.

     

    허균, <한정록閑情錄>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

    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

    는가.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

    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

    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

    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마종기<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