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자크 프레베르<작문>외 1편

미송 2012. 2. 4. 12:44

     

     

     

      

    작문 

     

     

    둘에 둘은 넷

    넷에 넷은 여덟

    여덟에 여덟은 열여섯

    다시 해봐! 하고 선생님은 말한다

    둘에 둘은 넷

    넷에 넷은 여덟

    여덟에 여덟은 열여섯

    그러나 아니 저기 하늘에 지나가는

    종달새 한 마리

    아이는 새를 보고

    아이는 새소리를 듣고

    아이는 새를 부른다

    나를 구해 다오

    나하고 놀자

    새야!

    그래서 새는 내려와

    아이와 함께 논다

    둘에 둘은 넷

    다시 해봐! 하고 선생님은 말하고

    어린애는 논다

    새는 그와 함께 논다

    넷에 넷은 여덟

    여덟에 여덟은 열여섯

    그리고 열여섯에 열여섯은 얼마지?

    열여섯에 열여섯은 아무것도 아니지

    더군다나 서른둘은

    어쨌든 아니고

    그냥 멀리 날아가 버린다

    어린애는 새를

    책상 속에 감추고

    모든 아이들은

    노랫소리를 듣고

    모든 아이들은

    그 음악을 듣고

    여덟에 여덟도 날아가고

    넷에 넷도 둘에 둘도

    차례로 꺼져 버리고

    하나에 하나는 하나도 둘도 안 되고

    하나에 하나도 같이 날아가 버린다

    종달새는 놀고

    어린애는 노래하고

    교사는 아우성친다

    바보짓 이제 그만두지 않겠어!

    그러나 모든 아이들은

    음악을 듣고

    교실의 벽은

    조용히 무너진다

    유리창은 모래가 되고

    잉크는 물이 되고

    책상은 숲이 되고

    분필은 절벽이 되고

    연필은 새가 된다.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다

     

     

    광장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알안경에 낡은 회색옷

    엽궐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가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고통이 더할수록

    더욱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