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좋은 사람

미송 2012. 8. 18. 09:30

 

 

 

생각해 보면 순수한 성인이란 존재할 수가 없는 것 아닐까. 거짓말도 하고, 싫은 것은 전혀 안 할 수도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일테니까. 이렇게 우리는 인간의 싫은 부분이나 약한 부분, 추한 부분을 통해 성인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좌절이 없는 경력은 있을 수 없고, 타인으로부터 상처나 배신을 당하지 않는 사회생활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재능에 대한 절망 같은 자기 자신에조차 환멸을 느끼고 사는 게 우리의 인간사이다. 비록 그럴지라도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 노력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사람, 그러면서도 순수한 사람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전향적으로 사는 사람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마음이 꼬이지 않은 사람

밝음을 잃지 않는 사람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런 식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귀찮아지고마는 것은 어째서인지..... 타산적인 부분이란 없고, 상대에게 아부하는 일도 없고, 허세를 부리는 일도 없고, 무리하게 악악대지도 않고, 현재를 장밋빛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부분이란 찾아볼 수 없고, 장래를 장밋빛으로 상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절망한다든지 세상과 등돌리는 일 없이, 예를 들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한다든지, 외국어를 배운다든지, 미래에는 이탈리아에서 살고 싶다든지, 아시아를 횡단해 보고 싶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꿈이 있고, 자신의 페이스로 담담하게 인생을 걸어가는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 정도의 여성을 설명할 때 과연 어떤 형용사를 써야 좋을지...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유감천만이다.

 

 무라카미 류 수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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