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in 에세이

뷰티플 마인드 뷰티플 월드

미송 2012. 8. 30. 23:12

 

뷰티플 마인드 뷰티플 월드

 

요즈음 제일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안부전화 하는 습관이다. 사랑이 식었구나 하는 빈정댐 때문이 아니라 본능적인 그리움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의 전화벨을 울리는지. 잔정이 고픈 인생들은 그리 큰 바램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진 않다. 그냥 전화했어 하는 심심한 노크 한 번으로도 하루가 꽉 찬 느낌으로 지낼 수 있으니 말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특히 더 강조하는 부모님께 안부전화 드리라는 J의 성화가 가끔은 귀찮다. 그런 피동적인 안부전화에도 아버지는 감사하단 인사를 챙기시니, 의외의 반사다. 당연한 일인데. 어쩌면 외동딸의 목소리 한 번에도 자신들의 존재가 확인될 텐데. 인색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늘 인색한 내가 아닌지.

 

인생을 살면서 한두 명의 친구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J는 그 말을 정정해 주었다. 내가 그 누군가의 단 하나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다정하고 진실한 친구를 찾기 전에 네가 그런 사람이 되라 는 명언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늘 좋고 아름답고 소망하는 것들을 밖에서만 찾는 버릇이 있다. 아름다운 세상과 그 세계 안에서의 자유함은 내 안에 살고 있는 선물인지도 모른다. 제 안에 보물창고를 중세 수도원의 대문처럼 봉쇄하고 사는 것은 비겁한 자기은폐다. 부모님 -사실 아버지하고 단 둘이 통화할 땐 엄마가 부르짖는 '하나님 아버지'에 대해 비웃기도 하지만- 을 기억한다는 건, 곧 나의 출처를 더듬고 아픔의 치유를 확인하는 의미이다.

 

Eva Cassidy는 알고 있기로 30대에 요절한 가수이고 죽기 전 (예술가의 운명에서) 예외 없다는 듯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았던 거 같다. 어린 시절부터 아팠고 젊어서도 아팠고 죽기 전에도 암투병을 했던 가수가 임종을 앞 둔 즈음 "어렸을 적 기타를 배울 수 있게 해 준 아버지께 감사한다" 는 유언을 했다. 그녀의 병마를 불운하다고 보는 세인의 시선은 통속적이지만 당위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시같은 노래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분명 은총이며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세상이 아름다운 나의 마인드를 형성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마인드가 아름다운 세상을 낳는다. 정신이 육체와 하나이기에 아픔은 아픔을 발하면서도 저렇게 새처럼 지저귀는 영혼의 비상(非常)함을 낳기도 하는 법. 결핍이 없으면 그 어떤 각혈의 예술도 영원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볼륨을 내린다.

 

- 오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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