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김민정<젖이라는 이름의 좆>외 2편

미송 2012. 9. 7. 22:21

 

젖이라는 이름의 좆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이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섹스를 나눈 뒤등을 맞대고 잠든 우리

저마다의 심장을 향해 도넛처럼

완전 도-우-넛처럼 잔뜩 오그라들 때

거기 침대 위 큼지막하게 던져진

 

두 짝의 가슴

두 짝의 불알

 

어머 착해

 

 

 

민정엄마 학이엄마

 

방 아랫목에 여자 둘이다 웃는데,

서로의 등짝을 때려가면서다

30분 거리 슈퍼에 가 투게더 한 통을 사서는

아이스크림에 숟가락 3개를 꽂아올 때까지

웃는데, 서로의 허벅다리를 꼬집어가면서다

순간 나 터졌어 하며 일어서는 여자 아래

콧물인 줄 알고 문질렀을 때의 코피 같은 피다

너 아직도 하냐? 징글징글도 하다 야

한 여자가 흰 양말을 벗어 쓱쓱 방바닥을 닦으며 웃는데,

피 묻은 두 짝의 그것을 돌돌 말아가면서다 친구다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천안역이었다

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폼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해진 군용 점퍼 그 아래로는 팬티 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이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 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 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 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10분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게서 따뜻한 커피 캔이 만져졌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온다던 그 시였던가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김민정(1976년 ~ )은 1976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검은 나나의 꿈>외 9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