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이라는 이름의 좆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이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섹스를 나눈 뒤등을 맞대고 잠든 우리
저마다의 심장을 향해 도넛처럼
완전 도-우-넛처럼 잔뜩 오그라들 때
거기 침대 위 큼지막하게 던져진
두 짝의 가슴
두 짝의 불알
어머 착해
민정엄마 학이엄마
방 아랫목에 여자 둘이다 웃는데,
서로의 등짝을 때려가면서다
30분 거리 슈퍼에 가 투게더 한 통을 사서는
아이스크림에 숟가락 3개를 꽂아올 때까지
웃는데, 서로의 허벅다리를 꼬집어가면서다
순간 나 터졌어 하며 일어서는 여자 아래
콧물인 줄 알고 문질렀을 때의 코피 같은 피다
너 아직도 하냐? 징글징글도 하다 야
한 여자가 흰 양말을 벗어 쓱쓱 방바닥을 닦으며 웃는데,
피 묻은 두 짝의 그것을 돌돌 말아가면서다 친구다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천안역이었다
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폼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해진 군용 점퍼 그 아래로는 팬티 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이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 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 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 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10분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게서 따뜻한 커피 캔이 만져졌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온다던 그 시였던가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김민정(1976년 ~ )은 1976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검은 나나의 꿈>외 9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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