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자료실

한퇴지<사 설(師設)>

미송 2013. 2. 14. 22:42

사 설(師設) / 한퇴지

 

 

[原文]

古之學者 必有師니, 師者는 所以傳道, 授業解惑也

고지학자 필유사    사자    소지전도   수업해혹야

人非生而知之者인댄 孰能無惑이리오. 惑而不從師면 其爲惑也 終不解矣라.

인비생이지지자      숙능무혹            혹이부종사   기위혹야   종불해의

 

[通釋]

옛날에는 성인, 현인 할 것 없이 학자라면 누구나 다 반드시 스승이 있었다. 스승이란 옛 성인의 도(道)를 전해 주고, 육경(六經) 문학 등 옛 성현의 글을 가르쳐 주며, 사람의 마음 가운데 바른 도리의 눈을 가리는 의혹을 풀어주기 위하여 존재한다.

도(道)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 곧 인간의 당위 법칙으로서 먼저 도덕적인 자기 수양을 완성한 다음 남을 다스리고 천하 국가를 편안하게 하는, ‘대학(大學)에서 이른다 수기치인(修己治人)하는 도가 그것이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도를 아는 것이 아니다. 공자와 같은 성인도 일찍이 말씀하신 바가 있다.

“나는 나면서부터 도를 안 사람이 아니다. 다만 옛 성인의 글을 좋아하여 힘껏 이것을 구한 사람이다.”

사람이 진실로 나면서부터 도를 아는 것이 아닐진대 이 세상에 그 누구인들 의혹이 없을 수 있겠는가 ! 사람의 마음 가운데 의혹이 있는 한 반드시 스승을 찾아 그 의혹을 품어야 한다. 만일 의혹을 두고서도 스승을 찾아 배우지 않는다면 그 의혹은 끝내 풀지 못하고 말 것이요, 따라서 영원히 사리의 어두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原文]

生乎吾前하야 其聞道也 固先乎吾면 吾從而師之하고, 生乎

생호오전      기문도야  고선호오     오종이사지      생호

吾後라도 其聞道也 亦先乎吾면 吾從而師之라. 吾師道也이니,

오후       기문도야 역선호오    오종이사지     오사도야

夫庸知其年之先後生於吾乎리오 是故로, 無貴無賤하며 無長無少오,

부용지기년지선후생어오호       시고     무귀무천     무장무소

道之所存은 師之所存也라.

도지소존    사지소존야

 

[通釋]

누구든 나보다 먼저 나고, 또 도를 듣기도 나보다 먼저 하여 인생의 의의와 의무가 무엇인가를 깨달은 사람이면 나는 얼른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어 따를 것이다. 나보다 뒤에 나서 나보다 나이가 적다 하더라도 도를 듣기를 나보다 먼저 하였다면, 나는 또한 그 분을 기꺼이 스승으로 모시어 따를 것이다.

나는 오로지 도를 스승으로 삼거나, 모시는데 어찌 나이가 나보다 먼저고 뒤인 것을 상관하랴 ! 진정코 배움에는 신분의 귀천이 따로 없고 나이의 많고 적음이 따로 없다. 오로지 옛 성인의 도가 있는 사람만이 바로 스승으로서 자격이 있으니, 스승이 곧 도요, 도가 곧 스승일 따름이다.

 

 

 

[原文]

嗟乎라, 師道之不傳也 久矣니, 欲人之無惑也 難矣라. 古之

차호    사도지부전야  구의    욕인지무혹야 난의     고지

聖人은, 其出人也 遠矣로되, 猶且從師而問焉이어늘, 今之衆人은,

성인     기출인야 원의        유차종사이문언          금지중인

其下聖人也 亦遠矣로되, 而恥學於師하니, 是故로, 聖益聖하고 愚

기하성인야 역원의       지치학어사         시고     성익성      우

益愚라 聖人之所以爲聖과 愚人之所以爲愚, 其皆出於此乎인저,

익우    성인지소이위성     우인지소이위우 기개출어차호

 

[通釋]

슬프다 ! 사제의 도가 끊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지금 사람들에게 의혹이 없기를 바란들 그게 어디 될 법이나 한 생각이랴 ! 옛날 성인은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나기를 참으로 아득한 거리에 있었건만, 그래도 오히려 훌륭한 스승을 찾아 도를 물었는데, 지금 사람들은 어찌된 일인가 ! 성인과는 그 거리가 멀어지기를 또한 아득한 거리에 있건만 도리어 스승에게 배우기를 부끄럽게 생각하니...... 바로 이 때문에 옛날의 성인은 갈수록 성인이 되었고, 지금의 어리석은 사람은 갈수록 더욱 어리석음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예부터 성인이 성인이 된 까닭과 어리석은 인간이 어리석게 된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스승을 찾아 도를 배우느냐, 배우지 않느냐에 있는 것이다.

 

 

 

[原文]

愛其子하야는 擇師而敎之호되, 於其身也엔 則恥師焉하니,

애기자          택사이교지       어기신야    측치사언

惑矣라. 彼童子之師는 授之書而習其句讀者也니, 非吾所謂傳其道

혹의     피동자지사    수지서이습기구두자야     비오소위전기도

解其惑者也라. 句讀之不知와 惑之不解에, 或師焉하며 或不焉하니

해기혹자야     구두지부지   혹지불해     혹사언       혹불언,

小學而大遺라, 吾未見其明也로라.

소학이대유     오미견기명야

 

[通釋]

지금 사람들을 보면 자기 자식만은 몹시 사랑하고 귀중히 여긴 나머지 좋은 스승을 가려 글을 가르치도록 한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 있어서는 스승을 두고 배우는 일을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니, 자기 몸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참으로 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저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스승은 한낱 책을 주어서 글의 구절풀이나 하고 읽는 법이나 익혀 주는 정도의 아주 초보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니, 내가 말하는 이른바 옛 성인의 도를 전하고 마음 가운데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그런 스승은 아니다. 결국 문자(文字)를 배우는 것에 불과한 초보적인 것, 말하자면 소인(小人)의 학(學)에는 스승을 둘 줄 알면서, 도를 전해 받고 의혹을 푸는 대인(大人)의 학에 있어서는 스승을 두고 따를 줄 모르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보잘것 없는 작은 것은 배우고 인생에 있어서 목숨과도 같은 큰 것은 배우지 아니하고 스스로 내버리는 것이 된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운 일이랴 ! 이 모두가 다 그 의혹을 풀지 못한 때문이다.

 

 

[原文]

巫醫樂師百工之人은 不恥相師어늘, 士大夫之族 曰師曰弟 子云者면, 則群聚而笑之하야,

무의악사백공지인    불치상사       사대부지족 왈사왈제  자운자    즉군취이소지

問之則曰彼與彼로 年相若也오, 道相似也라. 位卑則足羞오 官盛則近諛라 하니,

문지즉왈 피여피   연상약야    도상사야     위비즉족수     관성즉근유

嗚呼라, 師道之不復을 可知矣로다.

오호     사도지불복    가지의

巫醫樂師百工之人을 君子不齒러니, 今其智乃反不能及하니 其可怪也歟인저.

무의악사백공지인    군자불치        금기지내반불능급      기가성야여

 

[通釋]

무당이나 의사, 소경 악사, 그리고 온갖 공장(工匠)등과 같은 이런 특수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스승이 되어 배우기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에 그 누구보다도 스승을 받들고 대인(大人)의 학에 날마다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야 할 이른바 사대부입네 하는 자들이 스승이니, 제자니 하는 말들을 듣기만 하면 모여서들 흉을 보고 비웃으니 이 무슨 까닭인가?

왜 웃는가고 물으면, 그들은 하나같이 대답한다. “아무개와 아무개는 스승 제자간이라고 하나 나이가 서로 같고 일상생활에 행하는 道 또한 그나저나 비슷한데 스승이니, 제자니 하니 우습지 않은가 !”라고.

스승이 도가 아무리 높아도 자기보다 지위가 낮으면 그에게 배우기를 수치로 알고, 또 자기보다 관위가 높은 사람을 스승으로 하면 아첨하는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니, 아 ! 애달프다 !

오늘날의 사도(師道)가 그 옛날 귀천도 노소도 없이 오로지 도가 있는 군자를 찾아 스승으로 모시기를 원하던 그때로 되돌아가기란 참으로 아득한 일임을 알겠구나 !

오늘날 대인의 학을 모르는 군자님네들은 저마다 무당이나 의사, 소경 악사 그 밖에 온갖 공장들을 천하게 여겨 저만큼 낮추어 본다. 그러나 그네들은 소인의 학에서 멈추어 버렸으니 이름은 관위 높은 사대부요, 내용은 소인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지혜로 말하면 한 가지 일에 정통한 무당, 의사 등의 무리보다 도리어 못하다고 하여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原文]

聖人은 無常師라. 孔子 師郯子 萇弘 師襄 老聃하시니,

성인    무상사    공자 사담자 장흥 사양 노담

郯子之徒 其賢이 不及孔子오. 孔子 曰, 三人行에 則必有我師라 하시니,

담자지도 기현    불급공자     공자 왈 삼인행    즉필유아사

是故로, 弟子 不必不如師오, 師不必賢於弟子라. 聞道有

시고    제자  불필불여사     사불필현어제자    문도유

先後오, 術業이 有專攻일세니 如是而已니라.

선후    술업    유전공          여시이이

 

[通釋]

성인은 본래 일정한 스승이 따로 없다. 위(衛)나라 대부 공손자(公孫子)가 공자의 제자 자공(子功)에게 “당신네 선생님 공자께서는 어디서 누구에게 배우셨소?” 하고 물은 일이 있다. 이때 자공이 대답하였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어디든 가서 배우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따라서 어디서 누구에게 배웠다는 일정한 스승이 없습니다.“ 참으로 성인 공자는 옛 성인의 도가 있는 곳은 다 배울 곳이요, 이 도를 아는 사람은 다 스승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그러기에 공자는 담나라의 임금 담자, 주나라의 대부 장흥, 노나라의 악관 사양, 도가의 시조 노자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다. 담자와 같은 분들은 그 현명하기로 말하면 공자를 따를 수 없을 정도였지만 공자는 그래도 가르침을 받았으니, 곧 장흥에게는 음악의 일을 물으셨고, 사양에게는 거문고를 배우셨고, 노자에게는 예(禮)를 들으셨고, 담자에게는 소호씨 황제 염제 복희씨 등 고대 제왕의 관의 이름에 대하여 물으신 일이 있었다.

공자는 일찍이 말씀하셨다.

“세 사람이 함께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나의 스승으로 본받을만한 것이 있으니, 곧 그 가운데 선한 일을 하면 내가 그 선한 행위를 본받을 것이요, 불선한 일을 하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게도 혹 불선이 있는가 자신의 잘못을 고쳐 나갑니다.” 라고,

그러므로 제자라고 반드시 스승만 못한 것이 아니며, 스승이라고 반드시 제자보다 현명한 것은 아니다. 다만 도를 듣고 아는 것이 나보다 먼저인가 뒤인가를 보아 그 먼저인 사람을 스승으로 삼으면 되는 것이요, 또 술업(術業)에는 전문으로 연구하는 것이 다르므로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스승으로 하면 될 따름이다. 여기에 무슨 귀천이 있고 노소가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

 

 

[原文]

李氏子, 蟠이 年十七이라, 好古文하야 六藝經傳을 皆通習之러니,

이씨자 반     연십칠       호고문       육예경전    개통습지

不拘於時하고 請學於余이라. 余 嘉其能行古道 作師說以貽之하노라.

불구어시       청학어여        여 가지능행고도 작사설이이지

 

[通釋]

정원(貞元:唐德宗) 19년에 진사(進士)에 급제한 이씨의 아들 반(李蟠)이란 사람이 나이 겨우 열 일곱에 옛 학문을 좋아하여, 시 서 역 춘추 예 악(詩 書 易 春秋 禮 樂) 등 육경의 글을 남김없이 배워 환히 통하였다. 그런데 이 사람이 스승을 두고 제자가 되는 일을 수치로 알던 세상 형편에도 아랑곳 없이 나에게 배우기를 희망해 왔다. 이런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 나는 옛 성인의 도를 행하려는 그의 그 고귀한 정신에 느낀 바 있어 이 사설(師設)을 지어서 그에게 보내준다.

 

 

이글은 스승에 대한 해설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도(道)가 있는 군자를 스승으로 삼아 옛 성인의 도를 배움으로써 비로소 사람으로서 바로 선다고 할 수 있다. 옛날 도가 세상에 행하여졌을 때는 배움에 노소가 없고, 귀천이 따로 없어 누구든 도가 있는 사람이면 기꺼이 스승으로 삼았다. 그러나 당대(唐代)에 이르러 야릇한 풍조가 있었으니, 그것은 사람들이 스승을 삼고 제자가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일이었다.

한퇴지는 이 잘못 돌아가는 세상 인정을 개탄하고 이 점을 깨우쳐 주기 위하여 이 글을 지었다고 한다.

작가 한퇴지는 중당(中唐)의 대문호로, 이름을 유(愈)라 하며, 퇴지는 그의 자이다. 하남성 창려 사람으로 당송팔대가의 첫머리에 꼽히며,

유종원과 함께 고문부흥에 크게 공적을 남긴 분이다. 저서에 창려집(昌藜集)이 전한다.

 

 

 

<고문진보古文眞寶>(1991, 惠園東洋古典) pp138~146 中.

 

'설(設)'은 '해(解)' 또는 '술(述)'의 뜻으로 의리(義理)를 해석하면서 여기에 의하여 자기의 의견을 세워

더 상세하게 그리고 평이하게 풀어나가는 것이다. 역시 문체의 한 가지로 '논(論)' 과 큰 차이가 없다.

 

타이핑 - 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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