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일기

가을엔 그대여

미송 2022. 9. 4. 11:34

 

 

 

당신과 엮이어

수천의 빛을 내고

수만의 언어를 펼치는 이 가을엔

손깍지 애무를 걸어봅니다

따갑게 익어가는 소리 들어보라

가로수 연인들 말하고

찬바람이 알려준 가을

집 안에서도 노래합니다

물가의 나무처럼 그대

쓸쓸한 날에도 날 지켜주세요

그대 떠나면 나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사랑하고도 침묵했던 나 떠나신다면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한해만 더 용서하세요

그대가 있어 여기까지 왔으니

의지가지없는 낙엽 위로

함께 걸어요

속살거려요.

 

2006 가을, 오정자

 

 

사랑의 기본 원칙은 내 삶 속에서 상대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것일 겁니다. ,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던지... 내 안에 상대를 품고 다니는 일이겠지요. "그대 떠나면 나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에리히 프롬 Erich Fromm'은 그의 <사랑의 기술>에서 말하길, 성숙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해서 그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대를 사랑해서 그대가 필요합니다라고 하였던가요. 진정 사랑하므로. 하여, 그 사람이 내 삶에 꼭 있어야 해서 <나와 그대>가 아니라 <나의 그대>로 부르게 되는 일. 아마도, 그게 사랑이겠지요. 그건 낙엽 위에 쌓여가는 이 깊은 가을에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사랑의 원리>이겠지요.  <안희선

   

 The Water Is Wide / Karla Bon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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