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엮이어
수천의 빛을 내고
수만의 언어를 펼치는 이 가을엔
손깍지 애무를 걸어봅니다
따갑게 익어가는 소리 들어보라
가로수 연인들 말하고
찬바람이 알려준 가을
집 안에서도 노래합니다
물가의 나무처럼 그대
쓸쓸한 날에도 날 지켜주세요
그대 떠나면 나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사랑하고도 침묵했던 나 떠나신다면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한해만 더 용서하세요
그대가 있어 여기까지 왔으니
의지가지없는 낙엽 위로
함께 걸어요
속살거려요.
2006 가을, 오정자
사랑의 기본 원칙은 내 삶 속에서 상대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것일 겁니다. 즉,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던지... 내 안에 상대를 품고 다니는 일이겠지요. "그대 떠나면 나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에리히 프롬 Erich Fromm'은 그의 <사랑의 기술>에서 말하길, 성숙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해서 그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대를 사랑해서 그대가 필요합니다' 라고 하였던가요. 진정 사랑하므로. 하여, 그 사람이 내 삶에 꼭 있어야 해서 <나와 그대>가 아니라 <나의 그대>로 부르게 되는 일. 아마도, 그게 사랑이겠지요. 그건 낙엽 위에 쌓여가는 이 깊은 가을에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사랑의 원리>이겠지요. <안희선>
The Water Is Wide / Karla Bon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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