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의상조사,「한 티끌 속에 시방을 머금고」

미송 2023. 7. 6. 10:57

한 티끌 속에 시방을 머금고

일미진중함시방 一微塵中含十方

 

 

한 잔의 차도

마시는 사람마다 그 맛이 각각일지니

한량없는 차 맛이

한 잔에 담겨 있다고 해야겠지요

 

더구나 차 맛을 아는 마음이

차 맛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차 맛 그 자체가 마음이 되니

 

마음은 인연을 이루는 관계의 그물망이 되고

마음이 된 차 맛도 그 자체로

우주의 인연이 되지요

 

그러므로 앞서의 맛으로

현재를 판단하는 순간

지난 기억이 현재가 되어

현재는 과거 속에 묻히고

 

기억이 마음이 되면서

습관적인 앎으로 업이 되니

마음은 법계의 인연이 아니라

그저 기억된 마음에 지나지 않고

모든 판단은 기억된 분별이 됐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먼지 한 톨은 의미없는 물질이 되어

한 톨의 먼지가

단지 한 톨의 먼지가 되나

 

업인 습관적인 앎만을 따르지 않고

통찰력으로 볼 때

 

단지 한톨의 먼지가 아니라

먼지 한 톨의 움직임이

우주 법계의 춤

 

의상조사<법성게>(2000, 正和스님 풀어씀)

 

 

 알쏭달쏭 알다가도 도무지 모르겠어 하는 게 불교공부의 매력 아닐까. 헤매는 맛. 원효도 일체유심조를 깨닫는 도정(道程)에 헤매지 않았던가. 모른다는 것 밖에 나는 아는 게 없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아무튼 부처의 핵심은 아상(我相)을 깨트리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다수가 풀어쓴 해석으로 붓다의 말을 어찌 다 헤아리랴. 때로는 끄덕임만으로 느낌만으로 불교를 접한다. <오>  

 

20170702-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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