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 밤의 짧은 명상 한 밤의 짧은 명상 / 오정자 피아노의 청명한 소리와 기꺼이 어우러지는 구월. 가을비에 씻긴 저녁 길이 말끔하니 촉촉하다. 울타리 밖에 심겨진 꽃들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여진다. 간혹, 길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이 더 아름다운 법일까. 진리란 살아 움직이는 것이어서 쉴 곳이 없다, 고 .. 채란 문학실 2009.10.21
[시] 시제 1호- 15호 시제 1호- 15호 나무가 띠벽지를 둘렀다 꽂꽂하다 애완견 한 마리 두 사람 뒷모습이 꽂꽂하다 나무의 정렬방식은 갈빛 갈빛 회로가 둥글어진다 길은 돈암동으로 넘어간다 휜, 추억이다 누가 내 창문에 풀칠해놨니 울먹이는 썬팅지 물기 부족한 사물들 늘 저 모양이다 밀착밀착 밀린 자국.. 채란 문학실 2009.10.19
[수필] 빗금 빗금 달과 술 가로등 여럿 불빛이 보름달을 보고 있었다. 선연한 얼굴. 고색창연하게 어우러진 달빛이 아슴한 얼굴마저 원안으로 들일 것 같은 밤, 달 보러 오라는 S의 부름을 받고 꼬무작꼬무작 집을 나섰다. 달을 보러 갔다. 아니 S를 만나러 갔다. 십 삼년 전부터 아름드리에 서각犀角에 .. 채란 문학실 2009.10.16
[시] 물꽃 물꽃 / 오정자 어제 본 겨울 바다 대금 소리 얼얼하니 홀로 앉은 저녁 강 붉게 타오르네 베일 것 같은 정절로 그리움과 만난다는 것, 먼 우주의 별 하나가 다른 우주의 별 하나와 강물로 빠져드는 일이라서 꽃은, 눈썹을 그리지 않네 해갈된 길 사이로 피어난 물꽃, 2006. 12월 채란 문학실 2009.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