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164

기억파일

파일1- 봄비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오더라도 가는 비는 가더라도 천장이 몽땅 얼룩지더라도 한 사나흘 오면 좋겠다 물방울들 비 되어 뿌리를 적시면 허브향 키스를 위해 허브향 양치질을 하는 남자 그 남자 부서지면 조각 쿠키를 만들어야지 한 몸 되어 떠내려간 사나흘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았을 지상에서의 하루 파일2- 봄꽃 꽃순들 울기 직전 하늘 무색해지도록 가로수들은 色을 모으는데 대밭 바람 속 無言歌 너와 나의 봄꽃은 몇 해째 불발중 20160511-20220923

채란 퇴고실 2022.09.23

뭉크, 그 후 外

강가에 두고 갔으나 버리지 않았던 버리지 않았으나 버린 것 같았던 뭉크의 그림들 뭉크가 부활한 곳은 보는 자의 망막 속이었을까 죽은 것 같으나 죽지 않은 산 것 같으나 산 것도 아닌 존재로서의 뭉크 그러니까 그날 저녁 뭉크는 마이크 밖으로 나왔지 그리고 말했어 쟤네들 그냥 강가에 내버려둬 햇볕 아래서 재활 좀 하게 그 말에 뿅 가 나머지 말들은 기억나지 않았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부활 제 분신 아낌없이 버리던 뭉크를 돌다 보면 고래 뱃속에서 살아나온 요나가 된 기분이었지 20160621-20220129 하늘이 랙에 걸리자 상황이 애매해졌다 음악을 끌까 하다가 컴퓨터를 껐다 음악은 어디로 사라진거니 광풍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던 이니셜에선 사과향이 났나 가끔 안팎이 없어진 상황이면 프랜시스 베이컨의 ..

채란 퇴고실 2022.08.29

햄버거

당신 어머니가 사는 캘리포니아 그 지평선 자락이라던가 사막 한 가운데서 먹던 햄버거 두툼한 내용물이라던가 씹어야 한 점 살맛이라도 볼 것 같은 이야기 소인국 난장이들 자기 집 정원 사이로 달려요 하는 그저 그런 이야기 끝 부록 같은 꽃밭 이야기는 접어요 핏덩이 내팽개치고 간 우리 부모님들 자지러지게 놀랐을 광활한 지평선 바라보며 드셨을 빵을 비틀즈 가사처럼 듣자는 이야기 태생이 불우하여 어미 뱃속에서부터 반성했을 아메리카 끝도 없는 거짓말 모래바람 속에서 빵을 먹어 본 자여 죽어서도 순탄치 못한 예수여 붓다여 뭉크여 피카소여 도살장으로 끌려가다 풀려나고픈 내 안에 짐승이여 갈기 발기 찢어버리고픈 그림 경전들이여 20150525-20220601

채란 퇴고실 2022.06.01

자유로운 결합

자유로운 결합 / 앙드레 브르통 나의 아내에게는 불타오르는 수풀의 머리칼이 백열하는 번개의 생각이 모래시계의 허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호랑이 이빨 사이의 수달의 허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최고등성 별의 화환과 꽃 매듭의 입이 하얀 흙 위에 하얀 쥐가 남긴 흔적의 치아가 연마한 호박과 유리의 혀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칼에 찔린 제물의 혀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인형의 혀가 믿을 수 없는 보석의 혀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어린애 글씨의 획의 속눈썹이 제비 둥지 가장자리의 눈썹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온실 지붕 슬레이트와 유리창에 어린 김의 관자놀이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샴페인과 얼음 아래 돌고래 머리를 가진 생물의 어깨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성냥개비 손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우연과 하아트 에..

채란 퇴고실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