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멎질 않았다. 신열을 견디며 수정은 바닷가 모텔에 혼자 누워 있었다. 댓잎에 쓸리는 아린 감각처럼 웅성거리던 빗물이 덩그르르 떨어졌다. 핏방울이었을까. 아랫도리 어디쯤이 붉은 유령의 집처럼 휑뎅그레하여서 수경은 숙명적 물음을 물수제비로 띄우다 잠이 들었다. 잠깐 꿈을 꾸었을까. 중구난방 흩어지던 사념들이 차분해져 다시 눈을 떴을 때, 잠이란 가련한 신의 축복이로군, 중얼거렸다. 무엇이든 도를 지나치는 게 문제였다. 방어기제를 잘 동원하던 수경은 안으로 돌돌 말리는 법을 터득했다. 억측과 모순에 타협하지 않는 자세. 그런 기본자세로 수경은 종종 잠을 택했다. 잠을 자야만 꿈을 꾸는 건 아니었다. 자정 2시 무렵 눈을 뜬 채 꿈을 꾸고 있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참으로 귀엽게 느껴졌다. 꿈을 꾸는 것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