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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변기가 아니다

마르쉘 뒤샹 두루마리 화장지를 거시기에 대고 따발총을 쏘는 널 보면 뛰어가 기록하고 싶다 천형이다 꽁무니에 늘 붙어 다니는 너는 배설의 습성 같은 꿈을 꾸게 하는 너는 눈썹 찡그리며 미루긴 하지만 성자의 눈빛이 시선을 가로챌 때면 흐린 날도 견딜만해 질 때면 너의 이야기를 시원하게 써 주마 약속하지 삶은 논픽션 꿈은 픽션 그러나 사는 것 만한 허구가 또 어디 있나 그러니 삶이 소설이라고 아니라고 20160901-20230328

채란 퇴고실 2023.03.28

써머 와인

써머와인 봄철 딸기와 체리와 천사의 키스 나의 여름 와인은 이런 것들로 만들어지지요 살살 디미는 궁둥이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만큼 뇌살적인 눈빛 옆방 남자는 거칠게 소리치네 이리와 봐 저 여자 좀 봐봐 가사가 시적이네 감미롭네 개털 여전히 중얼거리네 골 때린다 전 재산도 모자라 박차까지 벗겨가다니 어리숙해 보이는 남자와 조건을 골고루 갖춘 여자가 함께 부르는 두 개의 옥타브 계절은 봄에서 겨울로 껑충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려는데 아 아 어쩌라고 20160916-20230327

채란 문학실 2023.03.27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라면 먹을래요?

[라면: 머글래요] 겉뜻- 간단한 요기나 하자는 제안 속뜻 자고 가라는 제안 주석- 바래다준 남자에게 여자가 묻는다. “라면, 먹을래요?” 소파에 나란히 앉아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여자가 다시 묻는다. “재밌는 얘기 좀 해봐요.” “라면에 소주 먹으면 맛있는데. 나 재밌는 얘기 몰라요. 원래 썰렁해요.” 그러자 여자가 대답한다. “재밌다.” 그러고는 라면을 끓이러 주방 앞으로 가서는 남자에게 자고 가라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 늦은 밤이니 ‘차 한잔 하고 가요’ 대신에 요기나 하자고 제안했을 테고, 간단한 식사로 라면만 한 게 없었을 테고, 물이 끓는 짧은 시간의 어색함을 감추려고 재밌는 얘기를 해보라고 했을 테지. 그런데 거기 담긴 얘기가 제법이다. 재밌는 얘기를 하라고 했더니 남자는 소주를 먹자..

운문과 산문 2023.03.26

정민아

봄이다 / 정민아 나약한 우리는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병든 마음들은 어떤 노래를 부르라 할까느껴지는 오늘은 겨울사실 지금은 봄살아가는 지금이 겨울 같아도사실 지금은 봄이라네느껴지는 오늘은 겨울사실 지금은 봄살아가는 지금이 겨울 같아도사실 지금은 봄이라네지금이 언제라도 지금이 봄지금이 언제라도 지금이 봄    2년 전 메모장에서 봄을 기다렸던 흔적을 보았다. 날리는 진눈깨비가 겨울눈(雪)인가 봄눈인가 하던 질의의 흔적. 어느 해인가엔 4월 초에도 눈발이 날렸는데 그럴 때도 사람들은 봄을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정민아의 작품으로는 처음 접했던 곡을 리플레이 한다. 순간순간 삶의 고통 속에 봄 찾기. 곡의 주제에 대한 작가의 명쾌했던 설명도 떠올려본다.  정민아는 2001년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했다.국립국..

시인과 작가들 2023.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