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병아리 떼

미송 2009. 3. 5. 21:48

     

    병아리 떼 / 오정자

     

    커튼을 활짝 걷고
    창문을 엽니다
    병아리들 떠드는 소리가
    종종걸음으로
    내 방에 뛰어듭니다

    앞마당 한 구석에
    봄이 한참 숨어 있었어요
    옆집 담장 너머
    목련 꽃 흐드러지게 피우던
    목련나무 뿌리 겨우 내내
    죽은 듯 침묵하고 있었거든요

    정말로 뿌리가 죽었나
    아니겠지 살아나겠지 하며
    봄이 지금 저기 서성대고 있어요

    현관 앞으로
    몸에 잔털도 포근한
    병아리 떼가 뛰어갑니다
    나 그들을 따라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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