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떼 / 오정자
커튼을 활짝 걷고
창문을 엽니다
병아리들 떠드는 소리가
종종걸음으로
내 방에 뛰어듭니다
앞마당 한 구석에
봄이 한참 숨어 있었어요
옆집 담장 너머
목련 꽃 흐드러지게 피우던
목련나무 뿌리 겨우 내내
죽은 듯 침묵하고 있었거든요
정말로 뿌리가 죽었나
아니겠지 살아나겠지 하며
봄이 지금 저기 서성대고 있어요
현관 앞으로
몸에 잔털도 포근한
병아리 떼가 뛰어갑니다
나 그들을 따라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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