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미송 2023. 9. 19. 12:05

 

 

열흘 연휴. 첫날에는 전주에 다녀왔다. 전라도 김치의 젓갈맛 깻잎 고춧잎의 삭힌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음식에 정확한 맛을 내는 사람을 보면 왠지 정직하고 화끈한 성격일 것 같단 생각이 든다숯불갈비콩나물해장국. 꼬막정식. 치즈구이. 아무 식당을 들어가도 전라도는 맛있다.

 

토요일 오후 5시까지 사회복지협회축제장에서 드림스타트 홍보를 하고 돌아와 전라도로 향했는데, 가면서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냈는데, 아들은 내가 전라도로 가고 있다고 하니까 맛있는 거 많이 드시라고 문자를 주었다. 어쨌든 마부는 어떨 때 보면 사람이 아니라 달리는 말 같고, 아들은 아들이 아니라 오빠 같다

 

1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 여기가 천국이야 소리쳤다모텔 매트리스는 너무 미끄럽고 베개는 너무 푹신했다. 불편 투성이. 왜 또 그 놈의 비아그라는 아무런 효력이 없었는지.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었다. 아픈 햇살.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보름달 뜨는 추석이다(2017-10-02)

 

 

회색 구름 감도는 밤하늘 보며 별을 헤아렸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람의 살결이라 불렀습니다. 빗방울 떨어지면 원터치로 접을 수 있는 텐트. 여름이 문 없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무 둥치를 베고 바람과 물소리를 헤아렸습니다. 아침이 와 벌 한 마리 천장에 붙은 걸 보았습니다. (2019-07-30)

 

 

물을 끓이며 나는 웃는다. 커피가 생각나다니 커피가. 언제인가 커피 알갱이 분쇄되는 소리에 잠이 깬 적도 있었다. 누가 저렇게 날 갈아대나 펄펄 끓이나 검은 눈물. 커피 앞에서 침묵한 적 있었지. 흑인 노예의 블루스 음악과 함께 구절양장 타고 흘러간 커피. 지구에서 가장 오래 종족을 번식시킨 밀의 내력을 들으며 빵을 먹었지. 하나의 마음 속 두 개의 천국. 알맹이와 껍데기는 어디에 깃드나. 울컥 그때 그 커피가 묵울대를 넘어갈 때면 달콤하여라.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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