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하프타임에 사용했던 무수한 쉼표들
열고 싶지 않았던 젖은 빗장들
눈부신 빨래들과 텅 빈 세탁통 사이를 오가며
써댔던 서약서가 서랍에 있었다
가령,
한결같은 마음
시를 써 줄 정도의 극진함
은은한 불꽃으로 꺼지지 않을
독침을 맞으면서도 끝끝내 지켜낼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신산한 삶에 위안이 되고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는
어쩌고 저쩌고들로 빼곡한
사랑 서약서
찢어발개고 싶어
붉어진 볼따구니로
안녕이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입니까
20051028-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