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고담

미송 2021. 10. 28. 11:41

 

 

인생 하프타임에 사용했던 무수한 쉼표들

열고 싶지 않았던 젖은 빗장들

눈부신 빨래들과 텅 빈 세탁통 사이를 오가며

써댔던 서약서가 서랍에 있었다

 

가령,

 

한결같은 마음

시를 써 줄 정도의 극진함

은은한 불꽃으로 꺼지지 않을

독침을 맞으면서도 끝끝내 지켜낼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신산한 삶에 위안이 되고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는

어쩌고 저쩌고들로 빼곡한

 

사랑 서약서

 

찢어발개고 싶어

붉어진 볼따구니로 

 

안녕이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입니까

 

 

20051028-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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