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마흔 후반의 비망록

미송 2024. 5. 20. 11:29

 

1

정겨움

 

죽을 고비를 두 번씩이나 넘기던 깜찍이가 살아났다. 멜롱이 오빠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우울증이 남아있던 그녀 쪼그리고 오빠의 동작만 살피던 그녀, 겅중대거나 벌러덩 자빠지거나 혀를 쏙 빼미는 오빠 흉내를 내기 시작하더니 뒤질세라 오빠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2

쿨한 녀석들

 

이틀 전부터 밥그릇을 쳐다보지도 않는 깜찍이와 멜롱이. 동물들은 배부르면 안 먹는다고 제이가 말했으나 걱정이 되었다유리문 툭툭 치는 소리에 내다보니 나란히 처량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반가움에 장난으로 스마트폰을 디밀자 주인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3

한 때의 일

 

그는 생소한 장소나 음식을 나에게 꼭 알려 주었다. 그게 그거여도 그저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 날은 일하다가 점심 때 먹어봤다고, 빅햄거집엘 데리고 갔다. 요리에 집중하던 여자 사장님과 대조적으로 남자 사장님은 수다스럽기만 했다. 4인 가족 4등분 간식거리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고기보다 허브냄새가 더 진했고, 한 접시 만원도 부담스럽고, 그땐 그랬다.

 

 

4

기능

 

올 여름부터 재봉질을 배우기 시작했다. 숙달을 위해 재봉질에 몰두하다가 날이 새곤 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처럼.

 

 

5

아쉬움

 

녹색가게 매니저 역할을 하며 향상된 실력은 재봉질 보다 립서비스, 아부의 간극을 좁히는 자기평가 습관봉합과 재활용의 힘을 배웠다. 그러는 사이 깜찍이는 중간에 입양된 살랑이와 6개월 간격으로 새끼를 낳았다. 어쩔 수 없이 맞딱드린 일부다처제. 이제는 뒤엉켜버린 기억들그것 또한 지나가버렸다.

 

20131124-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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