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11월의 나무>外 5편 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 운문과 산문 2009.09.04
고영민<앵두>외 9편 앵두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쒱, 하고 가로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 운문과 산문 2009.09.04
박지원<물> 물 / 박지원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 나와 돌에 부딪혀, 싸우는 듯 뒤틀린다. 그 성난 물결, 노한 물줄기, 구슬픈 듯 굼실거리는 물 갈래와 굽이쳐 돌며 뒤말리며 부르짖으며 고함치는, 원망(怨望)하는 듯한 여울은, 노상 장성(長城)을 뒤흔들어 쳐부술 기세(氣勢)가 있다. 전차(戰車) 만.. 운문과 산문 2009.08.31
조지훈<지조론> 지조와 변절/ 조지훈 지조란 것은 순일 (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 운문과 산문 2009.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