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춘점묘> 조춘점묘(早春點描) 이상(李箱) 그 날 황혼 천하에 공지(空地) 없음을 한탄하며 뉘 집 이층에서 저물어가는 도회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때 실로 덕수궁 연못 같은, 날만 따뜻해지면 제 출몰에 해소될 엉성한 공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참 훌륭한 공지를 하나 발견하였다. 00보험회사 신축 용지라고 대.. 운문과 산문 2009.06.16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 운문과 산문 2009.06.12
성기완<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나의 슬픔은 무한히 커져 가고 당신이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초끈의 피라미들이 진저리를 치며 그걸 지웁니다 나는 주름으로 결로 지금 이 찰나에도 다시 태어나 우주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노래합니다 떠나시다니요 떠나시다니요 천만번 약속하고 .. 운문과 산문 2009.06.12
오은<별 볼일 있는 별 볼 일> 별 볼일 있는 별 볼 일 별달리 할 일이 없으니 이별에 대해 말하려 해. 이 별에서 벌어졌던 이별에 대해. 별것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 이 별에선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천만차별을 받으니 말이야. 천만 명의 인구 중 과연 몇 명이나 별이 될 수 있었을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 운문과 산문 200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