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명<동화> 동화(童話) 저 밤하늘의 은하물이 동화처럼 흘러갈 적 지상에서는 내 주위로 거짓과 회피와 적반하장의 미개한 성인소설이 써졌다 모르쇠와 기억 안 남, 질환 수준의 내숭과 왜곡이 얽히고설킨 성인남녀 물밑 쟁투의 교언들이 저 밤하늘의 은하물이 물망초 눈망울처럼 흘러갈 적 육십 먹.. 운문과 산문 2009.05.29
문혜진<8분 후의 미장센> 8분 후의 미장센 8분 후, 태양은 돌이킬 수 없는 어둠으로 돌변하고, 복지원 앞에 버려진 아기는 동파한 수도관처럼 얼어붙어, 당신의 배관 속 검은 머리 비단뱀, 8분 후면 모든 것이 암흑 속으로 사라지겠지 순식간에, 저격수의 렌즈는 떨어져 나간 각막처럼 깜깜해지고 사냥꾼은 멧돼지를 쫓다 올무에 .. 운문과 산문 2009.05.26
박노해 <별>시 새벽별 새벽 찬물로 얼굴을 씻고 나니 창살 너머 겨울나무 가지 사이에 이마를 탁 치며 웃는 환한 별 하나 오 새벽별이네 어둔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온다고 가장 먼저 떠올라 새벽별 아니네 뭇 별들이 지쳐 돌아간 뒤에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별 끝까지 돌아가지 않는 별이 새벽별이네.. 운문과 산문 2009.05.23
고은<삶> 삶 / 고은 비록 우리가 몇가지 가진 것 없어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의 모습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 흐득 지는 잎새의 소리를 들을 일이다. 우리가 기역 니은 아는 것 없어도 물이 왔다 가는 저 오랜 고군산(古群山)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 운문과 산문 2009.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