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석유 등잔을 켜 놓고> 석유 등잔을 켜놓고 / 이상 객주(客主)집 방에는 석유 등잔을 켜 놓습니다. 그 도회지의 석간(夕刊)과 같은 그윽한 내음새가 소년 시대의 꿈을 부릅니다. 정(鄭) 형! 그런 석유 등잔 밑에서 밤이 이슥하도록 등잔에 올라앉아서 그 연두빛 색채로 혼곤한 내 꿈에 마치 영어 <티이>자를 쓰고 건너 긋듯.. 운문과 산문 2009.07.12
차주일< 2호차 두 번째 입구 옆자리> 나는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한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탑승구 앞에 자리 잡는 나는 어제 만났던 사람이 안녕한지, 그제 보았으나 어제 보이지 않은 사람이 와 있는지, 옷차림새가 어떻게 바뀌는지 등등을 두리번거리는 버릇이 있다. 덕분에 30대 말 아주머니로부터 힐끗힐끗 쳐다보지 말아 달라는 .. 운문과 산문 2009.07.11
황지우<청량리-서울대>외 3편 청량리―서울대 /황지우 기껏 토큰 한 개를 내미는 나의 무안함을 너는 모르고 졸고 있는 너의 야근과 잔업을 나는 모르고 간밤엔 빤스 속에 손 한번 넣게 해준 값으로 만 원을 가로채간 년도 있지만 지금 내가 내민 손 끝에 光速의 아침 햇살, 빳빳하게 밀리고 있구나 참 멀리서 왔구나, 햇살이여, 노.. 운문과 산문 2009.07.08
황지우<도대체 시란 무엇인가>외 4편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 황지우 나는 시를, 당대에 대한, 당대를 위한, 당대의 유언으로 쓴다. 상기 진술은 너무 오만하다( ) 위풍 당당하다( ) 위험천만하다( ) 천진난만하다( ) 동자들은 ( )에 ○표를 쳐 주십시요. 그러나 나는 위험스러운가( ) 얼마나 위험스러운가( ) 과연 위험스러운가( )에 ?표 !표를 .. 운문과 산문 200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