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 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 광화문으로 외출할 일이 있어 집 앞에서 택시를 탔다. 바람이 많은 날이었다. 뒷자리에 앉아 무심히 바람이 일렁이는 거리를 내다보는데 바람이 한 번 지나갈 적마다 거리의 은행잎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택시가 청와대 길을 돌아 나올 적엔 차창으로 낙엽들이 우.. 운문과 산문 2009.03.26
정일근<시와 발언> 시와 발언 / 정일근 최근 목과 코의 상태가 좋지 않아 이비인후과에 다니고 있다. 의사는 나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을 권했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에게 침묵은 처방인 셈이다. 그러나 침묵한다는 것은 목의 상처보다 더 아픈 고통을 준다. 남들에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캐물어야 하는.. 운문과 산문 2009.03.25
조연현<침묵과 여백> 침묵과 여백 조연현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는 격언이 있다. 이 말은 불성실한 다변(多辯)보다는 무엇의 성실이 더 가치 있다는 교훈적 의미를 말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침묵이 웅변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수사학 상의 한 기교로 해석될 수 없는 것일까. 만일 이러.. 운문과 산문 2009.03.25
이규태 <헛기침으로 백 마디 말을 한다> 헛기침으로 백 마디 말을 한다 / 이규태 한 줄기 퍼부을 듯 하늘이 끄무레하면 그 하늘을 형용해서 '아침 굶은 시어머니 같다'고 한다. 이런 하늘을 두고 '폼페이 최후의 날 같다'고 형용하는 서구 사람들에 비겨 통찰을 요구하는 형용임을 알 수가 있겠다. 화산재에 뒤덮인 폼페이 최후의 .. 운문과 산문 200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