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蓮葉(연엽)에게> 蓮葉(연엽)에게 / 송수권 그녀의 피 순결하던 열 몇 살 때 있었다 한 이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때 있었다 蓮 잎새 같은 발바닥에 간지럼 먹이며 철없이 놀던 때 있었다 그녀 발바닥을 핥고 싶어 먼저 간지럼 먹이면 간지럼 타는 나무처럼 깔깔거려 끝내 발바닥은 핥지 못하고 간지럼만 .. 운문과 산문 2009.03.24
박경리<옛날의 그 집>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 운문과 산문 2009.03.24
황지우<자물쇠 속의 긴 낭하> 자물쇠 속의 긴 낭하 - 황지우, 새들도 새상을 뜨는구나 中 - 발자국 소리, 자물쇠 속의 긴 낭하로 사람이 온다 사람이 무섭다 자물쇠 콧속으로 흐린 山 물이 흘러 들어온다 腦膜*에 아득하게 떠 있는 어린 시절 소금쟁이 물풀들, 물소리가 귓바퀴를 두어 바퀴 맴돌다 우뚝 멈추고 요구한다.. 운문과 산문 2009.03.24
김동리<등신불> 등신불(等身佛)은 양자강(양자강) 북쪽에 있는 정원사(淨願寺)의 금불각(金佛閣) 속에 안치되어 있는 불상의 이름이다. 등신금불(等身金佛) 또는 그냥 금불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니까 나는 이 등신불, 또는 등신금불로 불리는 불상에 대해 보고 듣고 한 그대로를 여기다 적으려 하.. 운문과 산문 2009.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