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중<소> 2008 농민신문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작 소 / 김영중 신새벽 비명소리에 눈을 떠보려고 기를 썼다. 세상에 나오기 전 모태 속에 거꾸로 누운 채 들었을 수도 있는 비명. 어머니의 목청은 경악에 차서 덜덜 떨렸다. 나는 악몽으로부터 벗어나려 손사래를 치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운문과 산문 2009.03.12
이슬라 네그라의 추억 이슬라 네그라 이슬라 네그라의 추억/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무렵이었다.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선지 강에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言]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운문과 산문 2009.03.10
김혜주 <마술 풍차> 마술풍차 / 김혜주 빈들에 풍차가 서 있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어머니가 그 옆에서 풍차를 돌리고 계셨다. 논두렁에 앉아 하염없이 어머니를 기다렸지만, 해가 설핏 기울 때까지도 어머니는 나를 모르는 척하셨다. 멈출 줄 모르던 풍차. 그 풍차가 미웠다. 검불이 날면서 자욱하게 일.. 운문과 산문 2009.03.09
김선태<말들의 후광> 말들의 후광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의 관심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인가 오랜만에 뿌옇게 흐려진 거실 유리창 청소를 하다 문득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이 거느린 후광을 생각한다 유리창을 닦으면 바깥 풍경이 잘 보이고, 마음을 닦으면 세상 이치가 환 해지고, 너의 얼룩을 닦.. 운문과 산문 2009.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