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원 <개는 어쩌다 개가 되었나> 개는 어쩌다 개가 되었나 / 박순원 여우는 여우고 늑대는 늑대고 이리는 이리 삵은 그냥 삵인데 캥거루는 캥거루고 기린은 기린인데 개는 어쩌다 개가 되었나 고양이는 갸릉갸릉 눈치를 보며 좀처럼 승복하지 않는데 개는 어쩌다 개가 되어 덩치가 크고 씩씩하고 썰매를 끄는 날쌔고 잘 .. 운문과 산문 2013.10.28
원구식 <시감도 2013> 시감도 2013 / 원구식 13인의 시인이 도로로 질주하오.(모두 마침표를 찍지 않는 시인들이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시인이 요즘은 시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게 대세라 하오. 제2의 시인이 한심하다는 듯 그걸 이제 알았느냐 하오. 제3의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마침표를 아예 .. 운문과 산문 2013.10.27
김선태 <백련사 오솔길에 들다> 外 사진 by_ ssun 백련사 오솔길에 들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오솔길 넘습니다 초입부터 춘삼월 햇빛이 명랑하게 팔짱을 끼는데 어서 오라, 진달래꽃들 화사하게 손목을 잡습니다 오솔길이 만덕산의 품속으로 나를 끌고 갑니다 만덕산이 제 마음속으로 가느다랗게 오솔길을 불러들입니.. 운문과 산문 2013.10.21
김현승 <밤은 영양이 풍부하다> 밤은 영양이 풍부하다 / 김현승 무르익은 과실의 밀도와 같이 밤의 내부는 달도록 고요하다. 잠든 내 어린 것들의 숨소리는 작은 벌레와 같이 이 고요 속에 파묻히고, 별들은 나와 자연의 구조에 질서 있게 못을 박는다. 한 시대 안에는 밤과 같이 해체나 분석에는 차라리 무디고 어두운 .. 운문과 산문 201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