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을 놓치다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2 함께 젖다 봄이 오는 강변, 빗속에 의자 하나 앉아 있습니다 의자의 무릎 위엔 젖은 손수건이 한 장 가까운 사이인 듯 고개 숙인 나무 한 그루가 의자의 어깨를 짚고 서 있지만 의자는 강물만 바라보고 앉았습니다 영 끝나버린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 의자는 자꾸만 울고 나무는 그냥 듣고만 있습니다 언제나 그칠까요 와락, 나무가 의자를 껴안는 광경까지 보고 싶은데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