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 김중일 눈동자는 일년간 내린 눈물에 다 잠겼지만, 눈썹은 여전히 성긴 이엉처럼 눈동자 위에 얹혀 있 다. 집 너머의 모래 너머의 파도 너머의 뒤집힌 봄.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바람의 눈썹이다. 바람은 지구의 눈썹이다. 못 잊을 기억은 모래 한 알 물 한 방울.. 운문과 산문 2015.12.14
김중일 <국경꽃집의 일일> 국경꽃집의 일일 1 잠깐 엎드려서 낮잠을 자고 있었어 꿈결인가......어느 익숙한 손길이 내 둥글게 구부러진 등과 어깨를 흐느끼며 거칠게 잡아흔드는 거야 도대체 뭐지 눈을 떴을 때 나는 국경꽃집 카운터에 앉아 있었어 2 지독한 향기의 꽃들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어 나는 휘둥그.. 운문과 산문 2015.12.07
이승희 <여름에게 하고 싶은 말> 여름에게 하고 싶은 말 / 이승희 허리춤에서 꽃 무더기라도 필 생각인지 새삼 잊었던 기억이 몸이라도 푸는지 녹색의 살들이 늘어질 대로 늘어져서 팽팽해지는 오후 녹색의 말굽들이 총알처럼 날아다니며 횡설수설 나를 잡아당긴다 슬플 겨를도 없이 구석을 살아온 내게 어떤 변명이라.. 운문과 산문 201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