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귀는 위험할 수밖에>外 3편 귀는 위험할 수밖에 그러니 창을 닫고 바람 소리를 듣는 대신 바람 부는 모습이나 바라보리라. -로버트 프로스트, '이제 창을 닫고' 눈은 감고 뜰 수 있지만, 귀는 감고 뜨지 못한다. 사막 의 낙타는 코를 열고 닫는다지만, 귀까지 열고 닫는다는 말은 없다. 귀는 쫑긋 세우거나 다소곳이 모.. 운문과 산문 2015.05.13
나희덕 <허공 한줌>外 허공 한줌 / 나희덕 이런 얘기를 들었어. 엄마가 깜박 잠이 든 사이 아기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난간 위에서 놀고 있었대. 난간 밖은 허공이었지. 잠에서 깨어난 엄마는 난간의 아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이름을 부르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아가,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엄마는 .. 운문과 산문 2015.05.05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 운문과 산문 2015.04.29
쉼보르스카 <광고> 광고 / 쉼보르스카 나는 진정제입니다 주로 집에서 효과를 발휘합니다 사무실에서도 효력이 있습니다 시험을 치르거나 재판에서 증언할 때도 힘이 됩니다 깨진 컵 조각을 조심스럽게 붙이는 것을 돕기도 합니다 단지 나를 입에 넣고 혓바닥 아래서 살살 녹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저 나를 .. 운문과 산문 2015.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