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애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外 5편 1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더, 더 희게 더, 더 가벼이 입술 깨물고 호기심으로 달려가는 무인칭들 꼭꼭 뭉쳐던지면 떨어진 곳에서 눈사람이 태어났지 코코넛에 영혼이 있다고 믿어 쪼개기 전 당신을 먹어도 되겠습니까? 허락을 구한 피지 섬사람처럼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아주 잠.. 운문과 산문 2015.03.14
李箱 <봉별기> 봉별기 / 李箱 스물세살이오 - 삼월이오- 각혈이다. 여섯달 잘 기른 수염을 하루 면도칼로 다듬어 코밑에다만 나비만큼 남겨가지고 약 한 재 지어들고 B라는 신개지 한적한 온천으로 갔다. 게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그러나 이내 아직 길을 펴지 못한 청춘이 약탕관을 붙들고 늘어져서는 .. 운문과 산문 2015.02.22
김영승<숲속에서>外 1편 숲속에서 / 김영승 작은 새 한 마리가 또 내 곁을 떠났다. 나는 그 새가 앉았던 빈 가지에 날아가 버린 그 새를 앉혀 놓았다. 많은 사람이 내 곁을 떠났다. 떠나간 사람 죽은 사람 나는 아직도 그들이 앉았던 빈자리에 그들을 앉혀 놓고 있다. 그들이 없는 텅빈 거리를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운문과 산문 2015.02.17
강성은 <세헤라자데>外 2편 세헤라자데 / 강성은 옛날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 버리는 이야기 조용한 비명 같은 이야기 천년 동안 짠 레이스처럼 거미줄처럼 툭 끊어져 바람에 날아가버릴 것 같은 이야기 지난밤에 본 영화 같고 어제 꿈에서 본 장면 같고 어.. 운문과 산문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