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네 벗이 사는 집> 네 벗이 사는 집 허균 내가 사는 집 이름을 사우재(四友齋)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내가 벗하는 이가 셋이고 거기에 또 내가 끼니 합하여 넷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세 벗이란 것은 오늘날 생존해 있는 선비가 아니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옛 선비들이다. 나는 원래 세상일에 관심이 .. 운문과 산문 2009.02.23
김산 <월식> 월식 / 김산 촉촉하게 달뜬 그녀의 몸에 나를 대자 스르르 미끄러졌습니다. 나의 첨단이 그녀의 둥근 틈 앞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말입니다. 그녀가 열었는지 내가 밀고 들어갔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사르르 눈앞이 캄캄해진 것을 보면 붙어먹는다는 거,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 운문과 산문 2009.02.19
김유정 <산골나그네> 밤이 깊어도 술꾼은 역시 들지 않는다. 메주 뜨는 냄새와 같이 쾨쾨한 냄새로 방안은 괴괴하다. 윗간에서는 쥐들이 찍찍거린다. 홀어머니는 쪽 떨어진 화로를 끼고 앉아서 쓸쓸한 대로 곰곰 생각에 젖는다. 가뜩이나 침침한 반짝 등불이 불쪽 지게문에 뚫린 구멍으로 새어드는 바람에 반.. 운문과 산문 2009.02.19
김유정<심청> 심청* / 김유정 거반 오정이나 바라보도록 요때기를 들쓰고 누웠던 그는 불현듯 몸을 일으켜가지고 대문 밖으로 나섰다. 매캐한 방구석에서 혼자 볶을 만치 볶다가 열벙거지가 벌컥 오르면 종로로 튀어나오는 것이 그의 버릇이었다. 그러나 종로가 항상 마음에 들어서 그가 거니느냐, 하.. 운문과 산문 2009.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