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그것을 위하여는> 실낱같이 잘디잔 버드나무가 지붕 위 산 밑으로 보이는 객사에서 등잔을 등에 지고 누우니 무엇을 또 생각하여야 할 것이냐 나이는 늙을수록 생각만이 쌓이는 듯 그렇지 않으면 며칠 만에 한가한 시간을 얻은 것이 고마워서 그러는지 나는 조울히 드러누워 하나 원시적인 일로 흘러가는 .. 운문과 산문 2012.04.10
최규승<처럼처럼> 처럼처럼 - 스캣의 탄생 3 최규승 그녀는 수평선을 허리에 두르고 마치 사실인 듯 피처럼 붉은 물을 뚝뚝 흘리며 온몸에 전구 같은 심장을 수없이 달고 박동 소리로 말한다 마치 기계처럼, 쇳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냉정한 여자인 듯, 처럼에게 끝까지 다가가려는 처럼처럼 그러나 처럼이 .. 운문과 산문 2012.04.03
김경주 우주로 날아가는 방 -창문은 멸종하지 않기를 바란다 창문 1 형은 그림을 포기하고 마을버스를 운행한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똥구멍이 붙은 채 골목에서 낑낑거리는 개들을 향해 사람들은 바가지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 나는 걸레로 기르던 개의 눈을 닦아 주었다 입에 녹색 테이프를 붙인.. 운문과 산문 2012.04.01
집에 관한 시 6편 집이 떠나갔다 / 정우영 아버지 가신 지 딱 삼년 만이다. 아버지 사십구재 지내고 나자, 문득 서까래가 흔들리더니 멀쩡하던 집이 스르르 주저 앉았다. 자리 보전하고 누워 끙끙 앓기 삼년, 기어이 훌훌 몸을 털고 말았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렇듯 매서운 날 가시는가,.. 운문과 산문 201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