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고양이 감정의 쓸모>외 2편 고양이 감정의 쓸모 1 조금만 천천히 늙어가자 하였잖아요 그러기 위해 발걸 음도 늦추자 하였어요 허나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질 않아 등뼈에는 흰 꽃을 피워야 하고 지고 마는 그 흰 꽃을 지켜 보아야 하는 무렵도 와요 다음번엔 태어나도 먼지를 좀 덜 일으키자 해요 모든 것을 넓히지 못.. 운문과 산문 2012.02.24
그물과 물고기 그물의 목적은 물고기를 잡기 위함이다 물고기가 잡혀지면 그물은 잊혀진다 말의 목적은 생각을 전하기 위함이다 생각이 이해되면 말은 잊혀진다 어디서 나는 말을 잊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련만. - '그물과 물고기' 류시화 산문집[.. 운문과 산문 2012.02.22
틱낫한 <실존>外 1편 실존 / 틱낫한 밤이다 빗방울이 지붕을 때린다 영혼은 깨어 홍수로 뒤덮힌 대지 으르릉거리면서 사라져가는 폭풍의 바다를 본다 짧은 순간 보일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빗금들 그리고 어떤 형상들 그 사라지는 순간이 우울 속으로 기울어 떨어지기 직전, 말 없는 빗방울 속에 문득 웃음 .. 운문과 산문 2012.02.21
도종환<희망의 바깥은 없다>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 운문과 산문 201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