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시인의 시편들 1 폭포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 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 운문과 산문 2012.05.18
최호일<웃음의 포즈>외 웃음의 포즈 웃으면서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데 입이 사라졌다 이른 아침부터 눈이 온다 그러므로 아침부터 사랑한다고 말 하거나 욕을 하고 싶은데 아침이 사라진 것 당신과 커피와 커피를 마시지 않은 생각이 삼각관계처럼 아무도 모르는 쪽으로 기우뚱한다 커피를 대신 마셔드립니다 .. 운문과 산문 2012.05.17
김선태<말들의 후광>외 3편 말들의 후광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의 관심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인가. 오랜만에 뿌옇게 흐려진 거실 유리창 청소를 하다 문득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이 거느린 후광을 생각한다. 유리창을 닦으면 바깥 풍경이 잘 보이고, 마음을 닦으면 세상 이치가 환 해지고, 너의 얼룩을 닦.. 운문과 산문 2012.05.15
박종화<작은 시작>외 1편 작은 시작 / 박종화 한 알의 씨앗이 있음에 저 아름드리 나무도 있다는 걸 우리는 가끔씩 잊고 살지 어쩌다 한 번쯤 생각이 나도 몰래 지우려 하지 모래알처럼 초라해 보이는 자신을 탓하기도 하고 주위를 둘레둘레 눈치 보기도 하지 세상이 만들어 논 거대한 나무숲에 앉아 제멋대로 키.. 운문과 산문 2012.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