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듣는 밤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가 말라붙은 눈시울을 적신다. 빗물들이 곤두박질치며 땅 속 깊숙이 꽂힌다. 어차피 좀 울어야 할 판국이었는데 잘 됐다. 눈물이 친구를 만난 셈. 과년한 처녀가 오밤중에 엉엉 울면 한이 맺혀 운다 할 것이고, 드라이한 여자가 울음을 그칠 수 없어 한다면 어인 청승이냐 비웃을지 모르니 소리 없이 내리는 비 보다야 천둥 변죽 울리는 비가 참말로 좋다. 제 이름 자랑치 않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들 모두가 은총이다. 햇볕에 든 보드라운 공기, 어둠 속 별빛 그리고 비. 비. 비. 겨울비 내린 어제가 사라지고 오늘은 봄비가 내린다. 천둥소리에 실려 온 계절의 서곡이 공포를 떨쳐준다. 울고 싶은 이를 다시 울린다. 소리와 소리로 이어지는 밤의 정적, 고요만큼 따사로운 위안도 없겠다. 서로를 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