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 <마흔, 만나다>
마흔, 만나다 / 김준철 마침내, 마주 서게 되었다 그 어느 것 하나 바뀌지 않았으나 그 모든 익숙한 것들이 어색해지는 시간이다 그 아침의 햇살은 더욱 날카롭게 깃털을 세우고 바람은 몸 안에 집을 짓고 시리도록 슬픈 노래를 부른다 빛나는 시간도,혼란의 시간도,크고 작은 소꿉놀이의 시간도 지난 지 오래다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부터 낯선 그것과의 피할 수 없는 만남 눈두덩이 사이로 뻐근하게 느껴지는 무게 이렇게 살아왔구나 이렇게 버텨 왔구나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고 아쉬운 것을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여느 때와 같이 한쪽으로 기우는 두통을 부축하고 급히 다시 길을 연다 마주 섰던 너를 등지고…… 멀리 있을 오래전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잊은 지 오래다. 내 안에 시퍼렇게 날을 세운 그 무엇이 있을까? 아직 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