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사진 by_ ssun 최승자,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내게 새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러면 내 심장 속 새집의 열쇠를 빌려드릴게요. 내 몸을 맑은 시냇물 줄기로 휘감아 주시겠어요? 그러면 난 당신 몸 속을 작은 조약돌로 굴러다닐게요. 내 텃밭에 심을 푸른 씨앗이 되어 주시겠어.. 운문과 산문 2013.11.26
에머슨 <범천> 범천(梵天) 붉은 살해자가 살해한다고 생각하고 살해당한 자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내가 존재하고 지나가고 되돌아서는 미묘한 방법을 잘 모르는 것 먼 것도 잊혀진 것도 내게는 가깝다 그늘이나 햇빛은 동일(同一)하다 정복된 신들이 나에게 나타난다 수치(羞恥)나 명예(名.. 운문과 산문 2013.11.24
이윤학 <소쩍새 울다> 外 "오랜 장마 끝 저수지 둑에 앉아 정처 없는 소쩍새 울음을 들으며 고향 풀비린내 들이키는 시간들"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자정 전후가 되곤 한다. 기나긴 장마에 돌보지 못한 마당은 풀밭이 돼 있었다. 날을 잡아 풀을 뽑아낼 생각을 했지만, 어느새 엄두를 못 낼 정도로 풀이 자라 마.. 운문과 산문 2013.11.23
오세영 <원시(遠視)> 원시(遠視)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에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 운문과 산문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