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익<야간열차> 야간열차 / 이수익 枕木이 흔들리는 진동을 머얼리서 차츰 가까이 받으면서, 들판은 일어나 옷을 벗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어둠의 급소를 찌르면서 육박해 오는 상행선 야간열차. 주위는 온통 絶交한 침묵과 암흑의 바다였다. 드디어 한 가닥 전류와 같은 관통이.. 운문과 산문 2012.11.24
심보선<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도덕적이고 미적인 명상>외 3편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도덕적이고 미적인 명상 내 육체 속에서는 무언가 가끔씩 덜그럭거리는데 그것은 가끔씩 덜그럭거리는 무언가가 내 육체 속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욕조 속에 몸을 담그고 장모님이 한국에서 보내온 황지우의 시집을 읽었다 시집 속지에는 '모국어를 그리워하고있을.. 운문과 산문 2012.11.19
최하림<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 1 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 하늘 가득 내리는 햇빛을 어루만지며 우리가 사랑하였던 시간들이 이상한 낙차를 보이면서 갈색으로 물들어 간다 금강물도 점점 엷어지고 점점 투명해져 간다 여름새들이 가고 겨울새들이 들어 온다 이제는 돌 틈으로 잦아들어가는 물이여 가을 물이여 강.. 운문과 산문 2012.11.18
윤의섭<바람의 뼈> 바람의 뼈 / 윤의섭 바람결 한가운데서 적요의 염기서열은 재배치된다 어떤 뼈가 박혀 있길래 저리 미친 피리인가 들꽃의 음은 천 갈래로 비산한다 돌의 비명은 꼬리뼈쯤에서 새어 나온다 현수막을 찢으면서는 처음 듣는 母語를 내뱉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음역은 그러니까 눈에 보일 수.. 운문과 산문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