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것은 시가 아니다>외 9편 이것은 시가 아니다 한양대 교수로 직장을 옮긴 1980년대 초 밤이면 김일성이 자신의 집을 폭파하겠다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지붕 위엔 낯선 비행기가 떠 있다고 편지를 보낸 제자가 있었다 춘천교육대학을 중퇴하고 결혼에 실패한 그는 대학 시절 서울 집으로 간다며 철길을 계속 걸어.. 운문과 산문 2012.09.21
정호승<끈>외 5편 끈 가는 발목에 끈이 묶여 날지 못하는 오가는 행인들의 발길에 가차없이 차이는 푸른 하늘조차 내려와 도와주지 않는 해가 지도록 오직 푸드덕푸드덕거리기만 하는 한 마리 저 땅 위의 새 부러짐에 대하여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 운문과 산문 2012.09.17
박정대<언제나 무엇이 남아 있다>외 언제나 무엇이 남아 있다 창밖에 눈이 내리는가 알 수가 없다 * 나는 불을 끄고 누워 삐에르 르베르디의 시집을 읽는다 언제나 무엇인가 남아 있다 고독의 투쟁, 침묵의 투쟁 * 무엇이 따스함이고 무엇이 차가움인가, 북반구의 겨울을 왜 전지구적인 겨울처럼 말하는가, 우리가 거처하는 .. 운문과 산문 2012.09.13
문혜진<독립영양인간1> 독립영양인간 1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무엇엔가 걸맞은 행동을 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최신 셔츠에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머리를 빗어 넘기지 않아도 좋으리라 먹고살기 위해 뼈 빠지는 일은 유머가 될 것이며 흐느적거리는 새로운 인간들 때문에 분류학자는 할 일이 생길 것이다 붉나.. 운문과 산문 201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