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풀잎>외 5편 1 풀잎 아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 와 살(肉)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베수건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 않는 피(血)를 닦으며 아, 하루나 이.. 운문과 산문 2012.08.04
조연현<손수건의 사상> 손수건의 사상 조연현(趙演鉉)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손수건을 지니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쩌다가 손수건을 빠뜨리고 나오는 날이면, 육체의 어느 한 부분을 떼어 놓고 나온 것처럼 어색하거나 꼭 입어야 될 의류의 하나를 빠뜨리고 나온 것처럼 허전해진다. 그만치 손수건은 인간.. 운문과 산문 2012.08.03
이상국 <금요일>외 금요일 / 이상국 보통은 금요일 오후에 로또를 산다 시가 안 되는 날은 몇 장 더 산다 나는 언젠가 내 밭에서 기른 근대로 국을 끓여 먹거나 머잖아 이웃에 대하여 관후(寬厚)를 보이게 될 것이다 로또는 인류와 동포를 위한 불패의 연대이고 또 그들이 나에게 주는 막대한 연민이다 나는 .. 운문과 산문 2012.08.01
심보선<연인들> 헤일-밥(Hale-bopp) 혜성, 20세기에 등장한 혜성 중 가장 밝았던 혜성 [E. Kolmhofer, H. Raab; Johannes-Kepler-Observatory, Linz, Austria] 연인들 / 심보선 우리는 한 쌍의 별난 기러기 다른 기러기 떼가 V자 대오로 따뜻한 남녘으로 날아갈 적에 독수리의 들판과 부엉이의 숲으로 향한다 용맹스런 자들과 친구.. 운문과 산문 201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