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이 화창한 아침, 어느 한적한 강가의 나무 그늘 아래 이렇게 앉아 있다. 이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는 결코 기록되지 않을 지극히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동기가 무엇인지 낱낱이 분석되어져야 할 중요한 전투나 조약도 아니고, 기억할 만한 폭군의 화살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지금 이 강변에 앉아 있고,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사실. 내가 이 자리에 이렇게 도달했다는 건 어딘가에서 이곳을 향해 출발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갑판에 오르기 앞서 다른 정복자들과 마찬가지로 육지의 여러 곳에서 지냈으리라. 비록 일시적인 순간에 불과하다 해도 누구나 자신만의 무수한 과거를 지니고 있으니 토요일이 오기 전에는 자기만의 금요일이 있으며, 유월이 오기 전에는 자신만의 오월이 있게 마련. 사령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