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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lawa Szymborska,『제목이 없을 수도』

어쩌다 보니 이 화창한 아침, 어느 한적한 강가의 나무 그늘 아래 이렇게 앉아 있다. 이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는 결코 기록되지 않을 지극히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동기가 무엇인지 낱낱이 분석되어져야 할 중요한 전투나 조약도 아니고, 기억할 만한 폭군의 화살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지금 이 강변에 앉아 있고,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사실. 내가 이 자리에 이렇게 도달했다는 건 어딘가에서 이곳을 향해 출발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갑판에 오르기 앞서 다른 정복자들과 마찬가지로 육지의 여러 곳에서 지냈으리라. 비록 일시적인 순간에 불과하다 해도 누구나 자신만의 무수한 과거를 지니고 있으니 토요일이 오기 전에는 자기만의 금요일이 있으며, 유월이 오기 전에는 자신만의 오월이 있게 마련. 사령관의..

내가 읽은 시 2023.12.12

훈습<대승기신론4>

인간은 습관이라는 옷을 입고 산다. 좋은 태도가 습관화되면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이 된다. 에는 훈습이 나온다. 꽃밭에 가면 꽃향기가 몸에 배고, 생선가게에 가면 비린내가 몸에 밴다. 우리가 진여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져서 윤회의 세계로 타락하거나 윤회의 세계로부터 진여의 세계로 올라가는 데는 훈습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업이라는 것은 습관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습관적인 행동은 내면이나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다. 수행은 나쁜 방향의 습관적인 행동을 좋은 방향의 습관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수행도 행동의 반복인 만큼 자신의 내면이나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을 것은 뻔하다. 업이나 수행이 모두 내적이거나 외적인 훈습의 결과이다. 훈습은 우리 중생에게 무슨 문제를 일으키고 우리가 깨달음의 세계로..

카테고리 없음 2023.12.12

아와 무아 (열반경2)

'나라고 하는 것을 손가락이나 겨자씨처럼 실체적인 것으로 알기 때문에 무아라고 한다. 그리고 진정한 '나'가 없음은 아니다. 사법인에서는 '나'가 없다는 무아를 가르치던 부처님이 열반의 특징을 나타내는 상락아정에서는 왜 다시'나'를 가르치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제자가 부처님에게 여쭌다. 부처님께서는 진정한 상락아정을 누리고 계신데, 어째서 일 겁 동안만이라도 이 세상에 더 머무시면서 더 많은 가르침을 중생들에게 펴지 않으시고 열반에 들려고 하십니까?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전에 '모든 사물은 실체적인 나가 없으니 이것을 배워서 나에 대한 관념을 버려라. 나라는 생각을 버리면 교만심이 없어지고 교만심이 없어지면 곧 열반에 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다시 상락아정을 누리시는데..

철학과 신화 2023.12.07

번뇌의 삶과 여래법신

여래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좋은 환경을 얻는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환경이든 상관없이 여래법신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 은 생사와 번뇌가 모두 여래장에 의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미혹하거나 깨닫거나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여래장이 있다고 한다면 왜 우리가 여래장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왜 우리가 힘들여서 선근공덕을 쌓거나 수행을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떠오른다. 여래장은 지혜를 닦는 면과 자비로 보이는 면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먼저 의 중요한 부분을 읽어 보자. 승만 부인이 부처님 앞에서 고백한다. 부처님이시여, 태어나고 죽는 것은 여래장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세간의 말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죽음이 있고 태어남이 있습니다. 여래장 자체에는 태어남과 죽음이 없..

철학과 신화 202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