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그때도 그랬지 가을 바람, 그때도 그랬지 / 오정자 아지랑이가 장딴지를 거웃처럼 감아 올랐을 때 사윈 햇살들이 풀무치들을 밟고 있었을 때 사뭇 그런 예감이 있었다 무구한 시간들이 주춤대는 것을 보았을 때 에푸수수한 머리칼로 나대고 싶었을 때 나침반을 버리고 길 잃으려 했을 때 희망조차 결별.. 바람의 일기 2013.09.21
재즈카페 재즈카페 / 오정자 자궁처럼 아늑한 곳에서 초록 이슬방울과 진한 갈색 커피와 낡은 나무의자에 성큼 내려앉는 중량감으로 스산한 재즈 음악 울리네 들꽃 자욱한 곳 돌부리에 넘어지기도 하면서 비 지난 후 무지개 거대한 반달로 떠오르는 시각에 숲 속에서 은밀하게 만나네 내 남자는 .. 바람의 일기 2013.06.14
바람이 남긴 말 바람이 남긴 말 / 오정자 당신 손을 슬쩍 떨쳐버릴까 하는데요 홀로 홀가분한 의지로 지향 없이 걸으려 하는데요 꽃잎이 흩날립니다 숲 속에 빽빽한 실수투성이 나무들이 외로운 내색도 없이 무거운 어깨를 서로 비비고 있습니다 이쯤 해서 당신 손을 슬그머니 놓아버릴까 하는데요 등이.. 바람의 일기 2013.05.18
바람의 이력(履歷) 바람의 이력(履歷) / 오정자 구름의 화가가 노을을 부르고 있었다 저녁 안개가 자주색으로 물들여지고 있을 때 착착 안기고픈 당신 품처럼 솜털 구름이 바람이 능선을 어루만지며 흩어지고 있었다 구름의 동작은 바람의 내숭을 숨기고 있다 구름은 화가의 손끝에 집중된 눈들을 자신에게.. 바람의 일기 201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