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의 시계 - 박양근 반역의 시계 / 박양근 물건도 제대로 놓여야 제 구실을 한다. 하다못해 단추도 제자리에 있어야 옷 모양이 반듯해진다. 한번 튀어보겠다고 안팎을 뒤집거나 좌우를 바꾸면 구실을 하기는커녕,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영악해야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게 현실이.. 운문과 산문 2012.06.18
방민호의 시편들 1 행복 우리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 옷 없는 짐승들처럼 골목 깊은 곳에 단둘이 살 때 우리는 가난했지만 슬픔을 몰랐다 가을이 오면 양철 지붕 위로 감나무 주홍 낙엽이 쌓이고 겨울이 와서 비가 내리면 나 당신 위해 파뿌리를 삶았다 그때 당신은 내 세상에 하나뿐인 이슬 진주 하.. 운문과 산문 2012.06.16
심보선<좋은 일들> 좋은 일들 / 심보선 오늘 내가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 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 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 .. 운문과 산문 2012.06.14
김수영<꽃잎2>외 1편 꽃잎 2 / 김수영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꽃을 주세요 뜻밖의 일을 위해서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 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받으세요 원수를 지우기 위해서 노란 꽃을 받.. 운문과 산문 201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