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시편들 통영(統 營 )1 / 백석 옛날에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아직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 같이 말라서 굴껍질처럼 말없이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 운문과 산문 2012.06.01
김사인 <통영> 외 통영 / 김사인 설거지를 마친 어둠이 어린 섬들을 안고 구석으로 돌아앉습니다. 하나씩 젖을 물려 저뭅니다. 저녁비 호젓한 서호시장 김밥좌판을 거두어 인 너우니댁이 도구통같이 튼실한 허리로 끙차, 일어서자 미륵산 비알 올망졸망 누워계시던 먼촌 처가 할매 할배들께서 억세고도 정.. 운문과 산문 2012.05.31
고영민 <통증> 통증 / 고영민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통을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그저 먼 훗날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길 원합니.. 운문과 산문 2012.05.31
황경신 <타자기> 황경신 작가의 타자기 스물일곱 살의 스티브 잡스가 마흔한 살의 존 바에즈를 만나 연인 관계가 됐을 때, 존에게는 열네 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존이 지나가는 말로, 아들에게 타자 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스티브에게 말했다. "타자기를 가지고? 하지만 타자기는 구닥다.. 운문과 산문 201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