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찰음 마찰음 / 오정자 남자가 외출을 한 뒤 여자가 하얀 의자를 닦아요 감미로운 음악 직설 화법을 쓰지 않는 남자는 늘 느낌과 부딪히며 침묵하지요 순간만큼 아름다운 것들 다 흘러가도 좋아, 하는 베짱으로 꽃병이 되었다가 꽃이 되기도 하는 한 번 입맞춤으로 하나가 되기도 하는 우리 벼.. 채란 문학실 2009.04.25
[수필] 자작나무 아이 자작나무 아이 까닭은 잘 모르겠으나 나는 하얀 자작나무를 좋아한다. 아침에 백과사전을 열어놓고 자작나무를 생각하자니 다시 가슴이 뛴다. 이상한 일이다. 어디 한번 그, 혹은 그 아이라고 불러볼까. 피리소리로 불러내어 나랑 놀자, 해 볼까. 어느 새 기억의 무대 위에 자작나무와 아.. 채란 문학실 2009.04.23
[시] 호수를 위한 메모 호수를 위한 메모 / 오정자 내 미미한 고락과 올곧지 않은 숨길을 저 차가운 호수에 적시렵니다 까마득한 영원이 나와는 따로 현존하듯 일렁이는 수심도 나와는 다른 행로를 간다는 깊은 생각에 빠지렵니다 수면을 할퀴듯 바람을 몰고 가는 내 심금의 우여곡절을 저 스산한 호수에 오래 .. 채란 문학실 2009.04.15
[수필] 리포트를 쓰며 리포트를 쓰며 여덟시, 그러니까 나는 일찍 눈을 떴다. 그러나 열시가 넘어서야 겨우 아침식사를 했다. ‘겨우’ 라는 말의 전제엔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다는 뜻이 담겼다. 어젯밤 나는 새벽 두시 반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밤일을 하느라 그랬다면 당신 금방 뭘 상상하게 될지. 나는 종종 .. 채란 문학실 2009.04.04